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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세상탐험기

뉴욕 맨하탄 빌딩 숲 다른 세계, 하이라인파크

 
 

 

 
 
8월의 맨하탄 하늘은 이렇게 높고 맑았다.
 

뉴욕 하면 생각나는 것,
세상 가장 화려한 마천루와 그사이 바둑판처럼 짜인 도로 위 수많은 인파, 온통 시야를 덮는 찐한 네온사인 가득한 타임스퀘어 거리같이 화려함과 정신없음이 아닐까. 맞다. 뉴욕은 지금껏 내가 본 가장 번잡하고 사치스럽고 자본주의 그득한 곳이었다. 하지만 3일 짧게 걸으며 본 맨하탄은 다행스럽게도 그것만이 다가 아닌 다채로운 곳이었다. 이 복잡한 도로에서 서쪽 방향으로 조금만 간다면 그 거대한 빌딩숲은 사라지고 저 뻥 뚫린 하늘을 볼 수 있는 수려한 장면들도 나오는데,

계획대로 짜여진 도로들 사이 낮은 아파트, 그리고 그 높이만한 큰 나무들로 생기는 그늘로 도심이지만 답답하지 않음, 자연과 함께 있다는 시야 속에서 걸어 다니기 참 좋았던 웨스트 빌리지 쪽을 걷다.. 그곳의 보물, The High Line Park에 찾아갔다!
 
 
 



 
일단 .. 금강산도 식후경. 뉴욕에 온다면.... 필수로 가야 한다는 이 매그놀리아 베이커리가 먼저다. 걷고 걸어 도착한 가게. 언니가 꼭
먹어봐라 극찬을 하던 <World Famous Banana Pudding> 이 드디어 내 앞에 있다.. 입구부터 늘어진 줄에 10분 대기 후 입장한 가게엔 온통 파란만장한 컵케익과 냉장고 그득하게 쌓인 바나나 푸딩이 있었다.
 
 

 

 
 
드디어 손에 넣었다. 월드오브 바나나푸딩 하하하

저 조그마한 컵이 만냥(7달러)이다. 교통비 아끼고 아껴 걸어 다니며 이런 거나 사 먹는 것이다.. 그런데 뉴욕에 온 뒤 엄청난 고열과 몸살에 시달린 나는 그저 부드러운 크림의 질감만 느낄 수 있었고 ..... 소중히 한입씩 퍼먹으며 구글맵으로 하이라인 파크를 찍어 걸어갔다.

사실 하이라인 파크에 대해서 존재도 모르고 살다가, 2년 전 제주 정원 수업에서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식 정원에 대해 배우던 중 그가 디자인한 곳임을 배우고 알게 되었다. 지금 그런 곳을 가고 있다니.
 
 

 
 

 
맨하탄의 서쪽 허드슨강을 따라 과거에 버려진 철도 길을 리모델링해 만든 도심 속 공원으로 조경이나 전반적인 설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인 하이라인 파크. 서쪽 허드슨강을 따라 첼시 마켓부터 베슬까지 이어지는 약 2.5km의 일직선 공원, 숨 막히는 맨하탄 중심의 신호등 지옥에서 벗어나 여유와 운치를 느끼며 쉴 수 있는 길로 나은 선택지가 될 수도 있겠다.
 
 
 

 
 


교과서에서 풍문으로만 듣던 느낌의 장소를 이렇게 직접 와보게 되다니.  저 눈앞에 도로 모퉁이 허름한 육교 계단을 올라가면 배움의 산물이 존재한다.. 아이고 설렌다. 잠시 바나나 푸딩 뚜껑을 덮고 계단을 올라간다.
 
 

 

 
 

 
지상에서 고작 30피트 올라왔는데 방금 전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수많은 빌딩 숲 사이를 파고든 기다란 산책로, 그 사이로 펼쳐진 무성한 식물 길. 이제는 갖가지 꽃과 나무들이 지배를 해 완전히 주객전도된 상황. 정말 이곳이 버려진 철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디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보이는 바닥에 녹슨 철로. 하늘하늘한 다년생 야생화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내가 입장한 곳은 첼시마켓이 있는 14번가와 15번가 사이, 옻나무를 포함한 다양한 토종 식물로 메운 구역이었는데 구름같이 날리는 질감의 애스터와 그 사이 노란 코스모스, 페니쿰들의 합이 정말 아름다웠고 흔하고 뻔한 도시의 빼곡한 건물 창문들마저 전혀 거슬리지 않게 아주 자연스러운 배경으로 보였다.
 
 
 

https://www.thehighline.org/gardens/garden-zones/

 
 

 

 
 
대단한 것은.. 하이라인 공식 홈페이지에 12개가 넘는 구역 별 정원 설명, 방대한 식물 리스트까지 쉽게 볼 수 있는데, 누구나 쉽게 이곳과 식물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참 귀한 자료로 방문하기 전 보고 간다면 이곳을 이해하기 정말 좋을 것 같다.

 
 

 
 
 
그러다.. Calamagrostis arundinacea라는 한국식 깃털 갈대도 있다는 것을 보았다. 23-25번가 사이 빽빽하게 심어진 갈대와 세이지, 톱풀, 산불 검은 고무나무로 이루어져 있어 정말 아름답다는 정원구역..이 구역에 가보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 구역으로 이어진다. 그 사이 작은 광장같이 누워 쉴 수도 있는 큼지막한 벤치들과 쉴 수 있는 공간이 나오는데, 재활용 티크로 만든 벤치마저 이곳과 대단히 잘 섞이는 질감을 가지고 있다. 그 위 휴식을 취하는 많은 사람들.

이 육교 아래에선 끊임없이 이어지는 교통 체증과 번잡한 도로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전혀 다른 세상의 피크닉 장소까지 펼쳐진다는 것이 참 풍요로운 장소로 느꼈다.
 
 
 

 
 


특히 개방 전, 야생으로 자란 자연 경관에서 영감을 받아 구역 별 특정 기후에 맞게 다르게 설계되어 걸을 때마다 서서히 변화하는 풍경을 느끼며 직접 그것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큰 혜택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곳을 디자인한 피트의 자연주의식 정원 디자인 스타일이라 더욱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부부들도 많이 보였다.
 
 
 

 
 
 
하이라인을 따라 몇 블록만 걸어도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들이 펼쳐지는데 변화도 못 느낄 정도로 그 사이가 아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더 차분한 풍경. 이곳의  사사프라스 나무가 인상 깊었다. 그렇게 20분쯤 걸었을까 참으며 걷던 몸살에 더 둘러보지 못하고 숙소로 향했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니 ..여기는 어딘가?
복작스러운 맨하탄 도심이 다시 펼쳐진다.
 
 
 

 

 
하늘은 당장 비올 듯 흐리게 변했고
다시 이 거대한 빌딩숲 사이에 놓이면서..
방금 전까지의 그 세계는 참 꿈같었다. 중얼거리며 열나는 이마 짚고 골방으로 향했다.

하이라인을 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저 산책하는 것. 그냥 걷다 보면 피트 아우돌프의 자연주의식 식재와 이 바쁜 뉴욕에서도 지구 환경이 주는 가장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깝게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과 신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